"중대재해 수사에 디지털 포렌식"…끝까지 기업 압박하는 정부

입력 2022-01-25 17:12   수정 2022-01-26 01:46


고용노동부가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지방노동청에 디지털 포렌식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1명 이상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 실무자는 물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휴대폰도 철저히 뒤진다는 것이 고용부의 방침이다. 기업계는 이 과정에서 중대재해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지나친 기업 옥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지난 20일 “중대재해 관련 수사에선 지금까지와 다르게 강제수사나 과학수사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디지털 증거를 수집·분석 및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또는 절차를 뜻한다. 특히 범죄 혐의자가 훼손한 휴대폰이나 PC를 복구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폰을 찾아 포렌식 기법으로 복구한 바 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해 현재 디지털 포렌식팀이 설치된 6개 노동청에 경기청을 더한 전국 7개 노동청에 디지털 포렌식 인력을 1명씩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산업안전 분야만 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9개 광역지방노동청이 중대재해 수사를 전담하고 있으니 대부분 청에 중대재해 전문 디지털 포렌식 인력이 배치된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 분야에 과학수사 기법을 적용한 사례가 드물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 분야만 담당하는 전문 포렌식 인력을 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잘 구축하고 의무를 준수했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렌식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등 툴(tool)은 대검찰청에서 배포한 것을 활용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포렌식팀 관계자는 “대검 툴은 민간 분야를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분석 툴”이라고 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24일 “대형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사에서도 엄정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부가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수사에 도입한 것은 2016년 7월 서울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에 디지털 증거분석팀을 신설하면서다. 고용부는 도입 효과가 크다고 보고 중부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6개 노동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8월엔 고용노동연수원 등에서 담당하는 근로감독관 교육 과정에도 디지털 포렌식 사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첨단수사 기법이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했다. 2017년엔 지난 정부의 고용노동 행정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고용부 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 이를 활용해 논란이 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고용부나 경찰이 중대재해 관련 수사를 하면서 휴대폰 등에서 중대재해와 무관한 사항을 수사하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관련 정보가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안전사고와 관련한 전문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기존 13개 시·도경찰청에 있던 전문수사팀을 서울과 부산 강원 제주 등 시·도청 네 곳에 추가로 설치했다. 경찰은 전문수사팀이 중대시민재해 등 안전사고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표준 운영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고용부와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는 별도로 두지 않고 기존 사건 처리 절차대로 영장 집행을 통해 포렌식을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각 시·도경찰청에는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담당하는 팀이 별도로 있다. 수사 인력은 전국을 통틀어 약 200명이다.

곽용희/양길성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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